가리수봉의 음악에는 욕심이 없다. 이는 실력이나 노력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. 음악을 표현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뜻이다.쉽게 말하면 가리수봉은 청자를 유혹하기 위해 소리를 낭비하는 밴드가 아니라는 의미이다. "자, 여기 내가 잘 내는 소리가 있어. 듣고 어서 감탄해봐" 가 아닌 "자, 이것이 내 마음이야. 내 소리로 내 마음이 잘 들리게 도와줄게"인 것이다. 뽐내기 충분한 색깔들을 일부러 자랑하거나 욕심내지 않았다. 대신 그들만 가진 특별한 색깔과 소리를 자신들의 음악을 잘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다. 그래서 자칫 생소할 수 있는 악기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음악에 녹아있다. 억지스러움이 없고 듣기에 정말 편하다. 조그만 장점 어느 것 하나라도 있다면 포장하기 바쁜 음악, 없는것도 있는 듯 거짓말 하는 음악, 텅 빈 것에 허세와 겉멋만 요란한 음악들에 신물 날 쯤, 가리수봉의 음악은 봄을 맞은 초원 위, 사뿐사뿐 흰 원피스를 하늘거리는 소녀와 같다. 좋은 노래를 만날 때의 기쁨과 설레임, 처음 들었는데 다시 한 번 더 듣고 싶은, 어쩐지 짧게 느껴져서 다시 또 듣게 되는, 몇 번 반복해서 듣고 나니 나도 한번 불러보고 싶은,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가리수봉의 음악. 이제 글은 그만 되었고 이 소중한 태도를 가진 밴드의 사랑스러운 노래들을 몇 번이고 다시 들어야겠다. (이승준 of 광주 독립 음악 발전연대) |